좋은 글(시와 문화)

예이츠 시 모음

카이로스3 2014. 10. 18. 08:21

 

예이츠 시 모음

 

이니스프리 호수 섬
흰새들
죽음
오랜 침묵 후에
버드나무 정원에서
그대 늙었을때
방황하는 인거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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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노래
하늘의 융단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레다와 백조
쿠울호의 백조
둘째 트로이는 없다
유리 구슬
학생들 사이에서
내 딸을 위한 기도
1916년 부활절
육신과 영혼의 대화
비잔티움
벌벤산 아래
긴다리 소금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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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 호수 섬



나는 일어나 지금 갈거야, 이니스프리로 갈거야,
조그마한 오두막을 거기에 지을거야, 진흙과 나뭇가지로.
콩을 아홉 이랑 심고, 꿀벌도 한 통 칠거야,
그리고 벌소리 잉잉대는 숲에서 홀로 살거야.


나는 거기서 평화로울 거야, 왜냐면 평화는 천천히,
아침의 장막을 뚫고 귀뚜리 우는 곳으로 천천히 오니까.
거기는 한 밤은 항상 빛나고, 정오는 자주빛을 불타고,
저녁은 홍방울새 소리 가득하니까.


나는 일어나 지금 갈거야, 왜냐면 항상 밤낮으로
호수물이 나지막이 찰싹이는 소리가 들리니까.
나는 차도 위나 회색 보도 위에 서 있는 동안에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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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새들



애인이여, 나는 바다 물거품 위를 나는 흰 새가 되고 싶구려!

사라져 없어지는 유성의 불길엔 싫증이 나고,

하늘까에 나직이 걸린 황혼의 푸른 별의 불길은,

애인이여, 꺼질 줄 모르는 슬픔을 우리의 마음에 일깨워 주었소.



이슬 맺힌 장미와 백합, 저 꿈과 같은 것들에게선 피로가 오오.

아 애인이여, 그것들, 사라지는 유성의 불길은 생각지 맙시다.

그리고 이슬질 무렵 나직이 걸려 머뭇거리는 푸른 별의 불길도,

왜냐하면, 나는 떠도는 물거품 위의 흰 새가 되었으면 하니, 그대와 나는!



나는 수많은 섬들, 그리고 많은 요정의 나라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오.

그곳에선 분명 시간이 우리를 잊을 것이고, 슬픔도 더 이상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며,

곧 장미와 백합, 그리고 불길의 초조함에서 벗어날 것이오.

애인이여, 우리 다만 저 바다의 물거품 위를 떠도는 흰 새나 된다면 오죽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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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두려움도 바램도
죽어가는 동물에 임종하지 않지만,
인간은 모든 걸 두려워하고 바라며
최후를 기다린다.
그는 여러 차례 죽었고
여러 차례 다시 일어났다.
큰 인간은 긍지를 가지고
살의(殺意) 품은 자들을 대하고
호흡 정치 따위엔
조소(嘲笑)를 던진다.
그는 죽음을 뼈 속까지 알고 있다 -
인간이 죽음을 창조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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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침묵 후에


오랜 침묵 후에 하는 말 -
다른 연인들 모두 멀어지거나 죽었고
무심한 등불은 갓 아래 숨고
커튼도 무심한 밤을 가렸으니
우리 예술과 노래의 드높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함이 마땅하리.
육체의 노쇠는 지혜, 젊었을 땐
우리 서로 사랑했으나 무지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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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정원에서



버드나무 정원에서 그녀와 나 만났었네.
눈처럼 흰 작은 발로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며
그녀는 내게 일러주었지. 나뭇가지에 잎이 자라듯 사랑을 수월히 여기라고.
그러나 난 젊고 어리석어 그녀의 말 들으려 하지 않았네.


강가 들판에서 그녀와 나 서 있었네.
기대인 내 어깨 위에 눈처럼 흰 손을 얹으며
그녀는 내게 일러주었지. 둑에 풀이 자라듯 인생을 수월히 여기라고.
그러나 젊고 어리석었던 나에겐
지금 눈물만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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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늙었을 때


그대 늙어 백발이 되어 졸음이 자꾸 오고
벽로 가에서 고개를 끄떡끄떡할 때, 이 책을 꺼내어,
천천히 읽으며 그대 눈이 옛날 지녔던
부드러운 눈동자와 그 깊은 그림자를 꿈꾸어라 ;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의 즐거운 우아의 순간을 사랑했으며,
또 그대의 미를 참사랑 혹은 거짓사랑으로 사랑했던가를,
그러나 오직 한 사람 그대의 편력하는 영혼을 사랑했고,
그대의 변해가는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었음을;

그리고 달아오르는 쇠살대 곁에 몸을 구부리고서,
좀 슬프게 중얼대어라, 어떻게 사랑이
산 위로 하늘 높이 도망치듯 달아나
그의 얼굴을 무수한 별들 사이에 감추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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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인거스의 노래



내 머리 속에 불이 붙어
개암나무 숲으로 갔었지.
개암나무 한 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기고
딸기 하나를 낚싯줄에 매달았지.
흰 나방들이 날고 (아마 이 구절인 듯)
나방 같은 별들이 깜빡일 때
나는 시냇물에 딸기를 담그고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를 낚았지.


나는 그것을 마루 위에 놓아 두고
불을 피우러 갔었지.
그런데 마루 위에서 무엇인가가 바스락거리더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지.
그것은 머리에 사과꽃을 단
어렴풋이 빛나는 소녀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며 달아나
빛나는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


나 비록 골짜기와 언덕을
방황하며 이제 늙어 버렸지만
그녀가 간 곳을 찾아 내어
그녀의 입술에 입맞추고 손을 잡고서
얼룩진 긴 풀밭 속을 걸어 보리라.
그리고 시간이 다할 때까지 따보리라.
저 달의 은빛 사과를
저 해의 금빛 사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