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매각이 잇따르고 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6곳의 매각이 이뤄졌다. 가파른 매출 성장세, 높은 이익률이란 매력이 부각되면서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5일 미용 의료기기 기업 클래시스는 동종업계 기업인 이루다 지분 18%를 총 40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루다 창업주인 김용한 대표 지분 인수다. 이와 함께 클래시스는 18개월 내 김 대표의 잔여 지분을 모두 매입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주식매수권)도 확보했다. 해당 콜옵션까지 행사하면 클래시스의 이루다 지분율은 36%로 확대된다. 클래시스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양사)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콜옵션 행사를 통한 최대주주가 되는 옵션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들어 6번째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매각 소식이다. 작년 클래시스가 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에 매각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매각 소식이 잇따랐다. 지난 2월 오스템임플란트가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에 약 2조6000억원에, 소화기내과 금속 스텐트 기업 태웅메디칼이 일본 올림푸스에 약 4880억원(발표 당시 한화 기준)에 인수됐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어 3월에는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가 MBK파트너스에 약 2조4200억원에, 5월에는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제조기업 이오플로우가 미국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에 총 9710억원에 인수된단 소식을 전했다. 다만 이오플로우는 김재진 대표 지분 인수, 제3자배정 대금이 아직 납입되진 않았다.(내달 25일 예정) 또 6월에는 미용 의료기기 기업 루트로닉이 총 9570억원 규모로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 결정됐다. 현재 이오플로우, 루트로닉 등은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M&A 시장에서 각광을 받은 건 성장성과 이익률 때문이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헬스케어 업종 안에 다른 선택지인 바이오텍이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며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바이오텍에 대한 투심이 개선될 수 있으나 의료기기 업체들은 이와 별개로 안정적인 실적 성장 흐름을 보여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과 2023년은 한국 의료기기 인수합병이 본격화되는 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매각이 이뤄진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대체로 실적이 탄탄했다. 이오플로우만 연간 수백억원대 영업적자를 냈을 뿐이다. 이외 오스템임플란트는 2013년 2165억원이던 매출이 2022년 1조535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7.1%다. 영업이익은 189억원에서 2346억원으로 연평균 28.7% 늘었다. 올 상반기도 매출 5818억원, 영업이익 13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6.5%, 영업이익은 27.7%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23.6%다.
비상장사인 태웅메디칼과 메디트는 각각 작년 영업이익률이 14.3%, 52.5%에 달했다. 작년 태웅메디칼은 685억원(개별기준), 메디트는 2715억원(연결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또 상장사인 루트로닉은 연결기준으로 작년 21%(매출 2642억원), 올 상반기 13%(매출 1283억원)의 영업이익률을, 이루다는 작년 18%(매출 463억원), 올 상반기 11%(매출 255억원)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박종현 연구원은 "앞으로 상장·비상장 의료기기 업체들의 인수합병 혹은 투자 사례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며 "국내 의료기기들의 높은 매출 성장세와 이익률이 메리트로 헬스케어 내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나 바이오텍보다 선호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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