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열 입력 2022. 06. 15. 09:45 수정 2022. 06. 15. 10:54 댓글 15개
문무를 겸비한 호걸 중의 호걸.. 금호 임형수를 배향하는 '광주 등림사'
[임영열 기자]
▲ ‘광주 등림사’는 조선 중기 문신, 금호 임형수와 송파 임식, 관해 임회를 배향하는 평택 임씨의 사우다 |
ⓒ 임영열 |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권력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당파가 있었고 이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은 늘 상존하고 있었다. 특히 조선 중기,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중반까지 약 50여 년 동안 무려 4번의 큰 사화가 일어나 억울하게 목숨을 잃거나 척박한 유배지의 귀양살이로 날개가 꺾여버린 선비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 광주광역시 광산구 등임동 내동마을에 있는 ‘등림사(登臨祠)’ 현판. 호걸중의 호걸 선비, 금호 임형수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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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4년 11월. 연산군의 폭정을 견디다 못해 쿠데타를 일으킨 반정 세력들에 의해 준비 없이 왕위에 오른 조선 11대 왕 중종이 승하했다. 중종의 뒤를 이어 25년간 세자로 지내던 인종이 즉위했지만 그의 건강과 권력 기반은 취약했다.
당시 조정은 중종의 첫 번째 계비 장경왕후의 오빠 윤임(尹任)과 두 번째 계비인 문정왕후의 남동생 윤원형(尹元衡)을 중심으로 두 외척 세력이 격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경기도 파평을 본관으로 한 파평 윤씨들이다. 윤임 일파를 '대윤(大尹)' 윤원형 일파를 '소윤(小尹)'이라 지칭했다.
▲ 을사사화는 숱하게 드라마의 소재가 되었다. 을사사화 때 대윤의 영수였던 인종의 외삼촌 윤임(좌)과 소윤파의 영수 윤원형(우). 윤원형은 명종의 외삼촌이며 문정왕후의 동생이다. 드라마 <여인천하> |
ⓒ SBS |
복수의 칼을 갈던 소윤파에게 기회가 왔다. 야사에 따르면 문정왕후가 인종을 독살했다는 기록이 나오지만,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인종이 등극한 지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문정왕후의 아들 경원대군이 11살의 나이로 대권을 잡는다. 그가 조선 13대 왕 명종이다.
▲ 권력의 화신, 문정왕후는 명종을 등에 업고 조정을 쥐락펴락 했다. 드라마 <여인천하> |
ⓒ SBS |
공작정치의 희생양, 금호 임형수
을사사화가 일어나기 26년 전 1519년 기묘년에 일어난 기묘사화로 조광조를 따르던 최산두·유성춘·윤구 등 기라성 같은 호남 사대부들이 화를 입은데 이어 을사사화 또한 전라도 선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파평 윤씨들 간의 권력 다툼으로 시작된 을사사화는 더욱 크게 번져갔다. 2년 후 1547년 가을. 경기도 광주 양재역에 붉은 글씨로 커다랗게 써붙인 대자보 하나가 발견됐다.
▲ 등림사 묘정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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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윤들의 공작 정치로 중종의 아들, 봉성군(鳳成君)과 참판 송인수 및 이조좌랑 이약해는 사형에 처해지고 임형수, 유희춘, 이언적, 정유침, 이염, 노수신 등이 화를 당했다.
▲ 등림사 강당 ‘저존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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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베인 솔이 낙락장송 아니런가
지난 8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등임동 내동마을에는 '등림사(登臨祠)'라는 사당을 찾았다. 등림사는 금호 임형수를 주벽으로 하고 조카 송파 임식과 관해 임회를 배향하고 있는 평택 임씨의 사우이다.
금호 임형수(錦湖 林亨秀 1514-1547). 본관은 평택이다. 지금의 전남 나주시 송현동에서 북병사 임준의 아들로 태어났다. '금호(錦湖)'는 영산강의 또 다른 이름이다.
▲ 등림사 내삼문.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당이 나온다. |
ⓒ 임영열 |
예문관 검열과 병조좌랑을 역임하였으며 인종이 세자로 있을 때 교육을 담당하는 시강원 설서로 뽑혔다. 홍문관 수찬을 지낸 후, 임금이 덕과 재주가 뛰어난 문신들에게 특별 휴가를 주어 공부하게 하는 '사가독서(賜暇讀書)'에 들어가 당대의 석학 김인후·이황·나세찬 등과 교유하며 학문을 넓혔다.
회령 판관을 거쳐 정 3품 홍문관 부제학까지 올랐지만 1545년 7월 인종이 죽고 명종이 등극하면서 을사사화가 일어나 소윤 윤원형의 미움을 받아 제주목사로 좌천되었다가 이듬해 파직당했다.
▲ 등림사 사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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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림사에 배향된 금호 임형수 선생의 위패 |
ⓒ 임영열 |
엊그제 버힌 솔이 낙락장송(落落長松) 아니런가
져근덧 두던들 동량재(棟樑材) 되리러니
어즈버 명당이 기울면 어느 남기 버티리
날로 푸르름이 깊어가는 초여름이다. 등림사 뒤편 푸르른 솔밭에는 금호의 억울한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낙락장송들이 호방한 기개로 하늘을 찌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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