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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maninov Piano Concerto No.2(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Grimaud/ Abbado

카이로스3 2013. 5. 1. 11:48

 

Sergei Rachmaninov

1873-1943

Hélène Grimaud, piano

Claudio Abbado, conductor

Lucerne Festival Orchestra

Lucerne 2008

 

Grimaud/ Abbado -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2

2013년 1월 2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졌던 엘렌 그리모는 한 단어, 문장으로 축약되지 않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피아니스트입니다. 1999년 뉴욕의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늑대에게서 위로를 받아 늑대보호센터를 설립하고, 이미 두 권의 책 <야생의 변주>, <특별수업>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합니다.~

 

감미로운 서정과 스케일 큰 피아노 협주곡의 대작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쌍벽을 이룰 만큼 많이 연주되는 곡이다. 특히 1악장 도입부가 인상적. 이 부분은 ‘크렘린 궁전의 종소리’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중후하고 웅장한 종소리의 홍수가 높은 첨탑에서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누가 들어도 단박에 러시아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박력 있고 화려한 기교를 요하는 대곡이다. 동시에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아서 풍부한 선율과 애수를 담은 서정성을 겸비하고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평생 4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그 중 2번과 3번이 가장 유명하다. 1번은 10대 후반에 작곡했다가 나중에 전면적으로 수정해서, 실질적으로는 이 2번이 첫 번째 협주곡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다. 라흐마니노프는 작곡에서 차이콥스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라흐마니노프는 차이콥스키에게 배웠으며 그를 멘토로 삼았다. 차이콥스키가 죽었을 때 그는 <위대한 예술가의 회상>이라는 곡을 쓰기도 했다. 그래서 라흐마니노프의 경향을 회고적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를 낭만파의 마지막 작곡가라고 하기도 한다. 그는 당시의 다른 작곡가들이 보았을 때는 좀 구닥다리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로도 유명하지만 당대를 풍미한 뛰어난 피아니스였다. 190cm 장신의 키뿐만 아니라 손도 유난히 커서 한 손으로 13도 음정을 거뜬히 집을 수 있는 그를 가리켜 스트라빈스키는 ‘6피트 반의 괴물’이라 할 정도였다. 그는 그 큰 손에 테크닉도 뛰어나 힘과 기교를 겸비한 발군의 연주를 하였다. 그의 피아노곡들은 당연히 자신이 직접 연주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작곡되었으므로,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난곡들이기도 하다. 현대의학은 그를 마판증후군 환자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병은 손가락을 길고 유연하게 한다고 한다. 그러니 정상적인 사람이 라흐마니노프의 테크닉을 따라 하기란 애당초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도 마판증후군 환자로 의심되고 있다.

190cm 장신의 라흐마니노프는 손도 유난히 커서 13도 음정을 거뜬히 집을 수 있을 정도였다.

Trpčeski/ Petrenko -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2

Simon Trpčeski, piano

Vasily Petrenko, conductor

Royal Liverpool Philharmonic Orchestra

BBC Proms 2010

세 번의 정신적 타격에서 벗어나 거둔 성공작

“지옥에 있는 음악학교에서 한 재능 있는 학생에게 모세가 이집트에 내린 일곱 개 재앙에 대한 교향곡을 쓰라고 했는데, 그가 라흐마니노프의 것과 똑같은 교향곡을 제출했다면 그는 과제를 멋지게 수행한 것이고 지옥의 주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것이다.” 러시아 5인조 작곡가 가운데 한 사람인 세자르 퀴가 1897년에 초연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1번을 듣고 한 신랄한 촌평이다. 23살의 전도유망한 작곡가는 선배의 악평에 철퇴를 맞은 듯했다. 두 번째 철퇴는 사촌 나탈리아 사티나와의 결혼이 근친이라는 이유로 러시아 정교회의 허락을 얻지 못해 좌절되고 만 것이다. 세 번째이자 결정적인 철퇴는 톨스토이로부터 받았다.

라흐마니노프에게 톨스토이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친구 샬리아핀과 두 번째로 작가를 찾아갔을 때 샬리아핀은 가곡 하나를 라흐마니노프의 반주로 노래했다. ‘운명’이라는 이 노래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유명한 첫 동기로 시작하는 곡이었다. 노래를 듣고 난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음악이 누군가에게 필요할 것 같은가. 정말 듣기 싫군. 베토벤은 엉터리야. 푸슈킨과 레르몬토프도 마찬가지야.” 라흐마니노프의 충격은 컸다. 어리벙벙해진 그를 보고 잠시 뒤 톨스토이가 사과했다. “미안하네. 난 노인네야. 자네를 속상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 라흐마니노프는 즉시 대답했다. “제가 베토벤도 아닌데 뭐 속상할 것 있습니까.” 하지만 그의 속은 시커멓게 되었다. 이번에는 정말 회복 불능이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세 번의 철퇴로 심한 노이로제에 걸린 라흐마니노프는 3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를 겪는다. 그때 니콜라이 달이라는 의사가 그의 구원자가 된다. 달 박사는 그에게 ‘자기암시’라는 치료법을 사용하는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덕분에 라흐마니노프는 작곡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이다. 2악장, 3악장 그리고 1악장의 순서로 완성하여 1901년 10월 27일에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피아노 독주로 초연을 가져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1905년에는 글린카 상을 받았다. 그는 당연히 이 곡을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헌정했다. 달 박사는 그 후 베이루트로 이주하였는데, 1928년 미국 대학 오케스트라가 이 협주곡을 연주할 때 비올라 주자로 참가했다. 청중에게 이 곡을 헌정 받은 사람이라고 달 박사가 소개되었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답례를 한 뒤에도 오랫동안 박수소리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작곡된 이래 이 음악보다 유명해진 음악은 많지 않다. 그만큼 이 곡은 시대의 감수성을 잘 대변하고 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1946년도 영화 <밀회>(Brief Encounter)를 통해 이 곡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었다. 최근에는 광팬이 많은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소개되었고, 엄정화 주연의 우리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직접 출연 이 곡을 연주하여 음악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더욱 친근한 음악으로 다가왔다. 2009년 KBS 클래식FM과 방송문화연구소에서 함께 실시한 ‘한국인의 클래식 기악곡 선호도 조사’에서 전체 8위, 피아노 협주곡으로는 1위를 차지했다. 

Richter/Sanderling -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2

Sviatoslav Richter, piano

Kurt Sanderling, conductor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1959.02.18

1악장: 모데라토

피아노가 어두운 화음을 장중하게 연타하면서 시작된다. 뒤이어 오케스트라가 정열적이고 몽환적인 선율로 제1테마를 유도한다. 제2테마는 비올라에 이어 독주 피아노의 연주로 전개되는데, 라흐마니노프다운 풍부한 감미로움이 부드러운 물결처럼 전신을 휘감는 느낌을 주어 대단히 감각적이다. 강렬한 정열과 섬세한 감미로움을 담은 선율의 대조가 일품. 변형적인 발전부와 재현부가 여러 갈래로 펼쳐지면서 완숙한 젊음이 넘쳐흐르는 듯한 희열을 안겨준다. 마지막은 힘찬 행진곡 풍의 빠른 템포로 극적으로 끝난다.

2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악장이다. 극히 느린 템포의 아름다운 이 악장은 꿈을 꾸는 듯한 자유로운 형식의 환상곡이라 하겠다. 그의 다성부의 음악에 대한 역량과 오케스트라를 다루는 천재적인 재능을 과시한 악장이다.

3악장: 알레그로 스케르찬도

경쾌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악장으로, 두 개의 테마가 변화무쌍하게 나타난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서주에 이어 피아노가 주요 주제를 화려하게 연주한다. 열정적인 사랑이 폭발하는 느낌을 주는가 하면, 고요한 정적의 심연으로 끝없이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제1테마와 대조적인 제2테마는 오보에와 비올라에 의해 우아하고 아름답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솔로 피아노가 이를 반복한다. 발전부를 중심으로 하나의 선율이 몇 개의 다른 악기로 뒤쫓아 얽혀지는 푸가를 거쳐 재현부를 지나며, 마지막은 급속한 템포로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