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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덕에 한국 노다지 맞는다” 1500조 큰손이 찍은 이 산업

카이로스3 2024. 5. 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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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이면 모든 칩을 구동할 충분한 전력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획기적인 에너지 돌파구가 없다면 인공지능(AI) 시대를 실현할 방법은 없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와 올트먼은 지난 1월 동시에 전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I 열풍으로 반도체 산업에 온갖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지만, 데이터센터 등에 충분한 전력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시대도 한낱 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기기관·화력·원자력 등 새로운 에너지 공급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류 문명은 꽃을 피웠다. AI가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역시 전력 기술 혁신이 선행돼야 ‘진짜 현실’이 될 수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미국 교직원연금기금(TIAA) 산하의 누빈자산운용(Nuveen)은 세계 15대 글로벌 자산운용사 중 하나다. 전체 운용 자산(2023년 말)만 1500조원(1조2000억 달러)이 넘는다. 특히 누빈은 대체투자(인프라·부동산·실물자산, 사모 및 대출 채권 등) 부문 ‘큰손’으로, 최근 주목하는 곳은 단연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다.

누빈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절반 이상(57%)이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더 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원자력, 수소, 스토리지(저장 기기), 그리드(전력망), 배터리 스토리지 등이다.

돈 디미트리예비치 누빈자산운용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크레딧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머니랩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누빈자산운용

머니랩이 서울 여의도에서 돈 디미트리예비치 누빈자산운용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크레딧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만나 AI라는 메가 트렌드와 맞물린 친환경 에너지가 정말 돈이 될 수 있을지 들어봤다. 그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국면에서 한국이 가장 큰 수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Point 1 글로벌 ‘큰손’ 에너지에 몰린다
-‘전기먹는 하마’ AI 산업
-돌이킬 수 없는 화석연료 줄이기

📍Point 2 에너지 전환 최대 수혜국은 한국?
-한국 재생에너지 기업이 유리한 이유

📍Point 3 트럼프와 친환경 산업  
-트럼프가 친환경법 못 흔드는 이유
-미국 세제 혜택 vs 글로벌 자금

김영옥 기자

글로벌 큰손들이 에너지 투자에 관심 갖는 이유가 뭔가.  
AI 기술의 발전은 현재 투자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 처리 업무를 위한 전력 공급이다. 역사적으로 유례없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가 곧 임박했다. 전력 소비는 거시경제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력 소비가 급증할 때마다 경제는 한 단계 더 도약해 왔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력 소비량은 매년 평균 1~2%씩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AI 기술이 도입되면 4~5%씩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가장 눈여겨볼 투자처는 바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인프라 산업이다. 태양광과 풍력 프로젝트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 셀, 배터리 등 수많은 부품 기업이 포함된다.

특히 에너지 저장 기술이 중요하다.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할 경우 (날씨 등에 따라) 꾸준히 공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만 해도 빛이 있을 때만 전력을 생산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가 지고 나서 전기를 사용하지 않나.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저장 장치가 반드시 개발돼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 기술이 상용화하면 누구나 낮에 만든 태양광 전력을 스마트폰에 저장했다가 저녁에 사용할 수 있다.  

AI가 ‘전기먹는 하마’로 불리는 이유

AI 데이터 센터는 AI 학습 및 구동을 위해 필수적인 두뇌다. 특히 AI 모델 성능을 최대한으로 구현하기 위해선 24시간 쉬지 않고 센터를 가동해야 한다. 일반 데이터센터와 비교해 훨씬 더 많은 전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구글 검색에는 평균 0.3Wh(와트시)의 전력이 소요되는데, 생성형 AI 서비스인 챗(Chat) GPT는 2.9Wh를 사용한다. 전력 소모량이 10배 정도 더 많은 것이다.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 영상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디미트리예비치 누빈자산운용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크레딧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발전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국면에서 대체 에너지 관련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 누빈자산운용

친환경 에너지 투자가 수익성은 별로던데.   
좋은 질문이다. 에너지 역사를 보면 석유와 가스 등 탄화수소(hydrocarbon) 에너지, 즉 ‘화석연료’가 1965년에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95%를 차지했다. 이후 원자력·태양광·풍력 등 새로운 에너지원이 등장했지만, 화석연료는 여전히 82%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변화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탄화수소 에너지 비중을 50~60%로 줄이려 한다.

탈(脫)탄소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걸 감안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82% 비중의 화석연료를 50%대로 줄이는 과정에서 산업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어떤 회사에 투자해야 유리할까. 태양열·풍력발전, 전기차 등 이미 알려진 친환경 종목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도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로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켜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또 난방 및 냉방 시스템, 조명을 더 효율적인 장비로 교체하면 손쉽게 전력 사용 자체를 줄일 수 있다. 건물을 사용하지 않을 때 소프트웨어로 온도를 조절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한다면 이 또한 획기적인 기술의 발전이 될 거다. 보통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더 많이 만드는 방법 위주로 생각하는데,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이는 기술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 산업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재생에너지와 재활용, 순환 경제 면에서 기회가 많다. 개별 종목을 얘기할 순 없지만, 특히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들의 전문성이 뛰어나다. 이번에 서울을 방문해 재생에너지, 배터리 관련 기업의 고위 경영진과 만나 대화를 나눠 보니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트렌드 안에서 한국은 가장 큰 수혜 국가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엔 지정학적 이유도 한몫한다. 중국은 오랜 기간 전 세계에 에너지 인프라 부품을 조달해 왔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해 북미·유럽 등은 앞으로 중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 한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부품을 중국에만 의존할 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거나, 한국과 같이 자유 무역 동맹국과 파트너십을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의 위상,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    

김영희 디자이너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에너지 전환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올해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인구 절반 가까이가 선거를 치른다. 친환경 에너지라는 정책적 흐름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인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도 극단적으로 친환경 정책에 제동을 걸긴 어렵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을 폐기하지 못할 거다. 이 법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지역이 앨라배마주,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공화당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주로 공화당 지지 성향이 높은 지역에 밀집돼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가 곧바로 법안을 수정해 해당 지역의 일자리를 없애는 위험을 짊어지지는 않을 거다.

현실적으로 지켜볼 부분은 공화당 행정부와 트럼프가 세금 공제를 받는 친환경 프로젝트의 규정을 변경할지 여부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야는 전기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정책 방향의 대세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다. 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 전환 산업이 돈이 된다는 걸 이미 많은 투자자가 알고 있다. 만약 정부의 세제 혜택이 줄어들더라도 그 공백은 글로벌 투자 자금이 메꾸게 될 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이란?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자국 내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 약 48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2022년 8월7일 미국 상원을 통과했고 같은 달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됐다. 대기업 증세 등으로 확보한 7400억 달러(약 1017조원)의 재원을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대에 쓰는 것이 뼈대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더 나은 재건법(BBB 법)’이란 명칭으로 추진한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지출 예산이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예산 규모를 줄이고 이름을 인플레이션법으로 바꾼 것이다. 기후변화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전기차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AI 관련주는 이미 많이 올랐는데, 앞으로 더 오를까.   
AI와 데이터 분석 분야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투자 여력은 당연히 존재한다. 다만 AI 기술 발전에 따라 수혜를 보는 산업을 좀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다양한 신기술이 이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버몬트주와 뉴햄프셔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가 이미 존재한다. 이 순간에도 세계적으로 대형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지 가늠해 봐야 한다.

원자재만 해도 그렇다. 예를 들어 구리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구리는 전기차, 데이터센터는 물론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전기를 이동시키는 배선에 필요한 필수 원자재다. 리튬 또한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서 중요한 원자재다. 이렇듯 에너지 전환이라는 주제를 놓고 가능한 투자처를 포괄적으로 생각할 때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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