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투병 중이던 한일 월드컵 신화의 주인공 유상철(50)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7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2019년 10월 황달 증세로 입원했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20년 6월 13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를 마쳤고, 암 세포가 눈에 띄게 줄어들 정도로 호전됐다. 하지만 올해 1월 몸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 병원에 갔다가 암 세포가 뇌로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췌장암, 유전적 요인이 10% 차지
유상철 전 감독이 겪은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두자릿수(12.2%)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다. 여러 위험 요소가 있는데, 유전적인 요인이 10%를 차지한다. 직계 가족 중 췌장암이 2명 이상 있는 사람은 가족력이 전혀 없는 사람보다 췌장암 위험도가 9~10배로 높다. 이런 사람들은 췌장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기관에서 유전 상담을 받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만성 췌장염도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염증이 지속적으로 췌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당뇨병, 과도한 육류 섭취, 비만, 담배도 췌장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해 최대한 피하는 게 안전하다.
◇증상 없고 전이 잘 되는 암
췌장암은 몸속 깊은 곳에 있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늦게 발견된다. 췌장암이 많이 진행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황달이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관을 통해 내려가는데, 담관이 췌장에 박혀있어 발생하는 증상이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관이므로 당뇨병이 갑자기 생기거나 혈당 조절이 안 될 때도 한 번쯤 췌장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건강 검진을 하다가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허리 수술하려고 복부 CT를 찍다가 우연히 발견되거나, 위암, 대장암 등으로 수술한 환자가 추적 정기 검사를 받다가 발견되는 식이다.
췌장암이 대표적인 악성암인 이유는 장기 주변에 중요한 혈관이 있어 전이가 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단 당시 3~4기인 경우가 80% 이상이다. 또한 조기 발견해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합병증이 많고, 췌장암 조직 특성상 항암제 침투가 잘 안 된다. 그리고 재발이 잦다. 수술 후 1~2년 안에 절반 이상의 환자가 재발한다.
◇항암제로 암세포 줄이고 수술하기도
췌장암 초기 환자는 바로 수술로 암을 제거한다. 진행성, 전이성 췌장암 환자는 치료가 어렵다. 전이성 췌장암은 물론 진행성 췌장암 역시 암이 주변 혈관을 침범한 상태여서 수술 자체가 까다롭고 암세포가 몸 전체를 돌아다니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췌장암 바로 옆에는 간문맥(간으로 가는 정맥) 등 주요 혈관이 많은데, 이를 침범했을 때는 암세포가 이미 몸 전체에 급속도로 퍼져 있어 수술해도 재발이 잘 된다. 하지만 최근 항암제를 먼저 써 암세포를 최대한 줄이고 수술을 시도하는 치료법이 활발히 쓰이기 시작했다. 항암제를 먼저 쓰면 전신에 퍼진 암세포가 줄고 암 크기도 많게는 70%까지 작아져 수술이 쉬워진다. 이로 인해 3기 환자들도 과거에 비해 수술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췌장암 수술도 복강경·로봇 같은 최소 침습 수술을 시도해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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